독자기고-웃는 가면을 쓰고, 우는 사람들

입력 2017년11월15일 17시04분 이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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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호 안전보건공단 전남지사장
[여성종합뉴스/ 함광호 안전보건공단 전남지사장] 최근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을 웃음 짓게 만든 사진이 있었다.


어느 가게의 아르바이트생이 입고 있는 유니폼이 바로 그것인데, 등쪽에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되면서도 아르바이트생에게 함부로 하는 손님이 얼마나 많으면 그랬겠나 싶어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근로자에게 ‘갑질’을 하는 고객들이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갑질 고객에게 사과는 물론이고 무릎까지 꿇는 근로자들 대부분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기업들이 고객만족, 고객감동을 중요시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객의 감정과 감동이 최우선이 되면서 이른바 “감정노동근로자”들의 노동 강도가 세지고 있다.


‘감정노동’이란 감정을 숨기고 억누른 채 회사나 조직의 입장에 따라 말투나 표정 등을 연기하며 일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콜센터 상담원, 제품 판매원, 은행 창구직원 등이 대표적인 감정노동근로자에 속한다.


이들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채,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감정적 부조화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스마일마스크 증후군에 걸리기도 한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우울한 상태가 이어지는 것인데, 이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좌절, 분노 등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게 되며, 심한 경우 정신질환 또는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감정노동근로자”의 고통은 더 이상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이다.


2016년 3월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업무와 관련해 고객 등으로부터의 폭력 또는 폭언으로 인해 발생한 적응장애나 우울병 등의 신경정신계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기준을 명확히 했고, 새정부의 추진정책 중 하나인 산업재해 보호대상 및 보호범위 확대에 감정노동근로자가 포함되었다.


감정노동근로자의 정신적 고통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큰 변화이지만, 근로자가 이미 마음의 병이 생긴 뒤에 치료비를 제공하는 것보다 근로자가 병들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일이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닌가 싶다.


우선 기업 차원에서 소속 근로자가 고객으로부터 폭언, 폭력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근로자들의 정신 건강을 챙겨야 한다.


상처 입은 감정노동근로자들을 위한 심리치료프로그램 등을 실시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 차원의 해결방안보다도 어딘가의 고객인 우리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고객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의 감정만을 중요시한 채 근로자들에게 ‘갑질’하지 않는, 고객의 위치에서 친절하게 근로자를 대하는 선진 고객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


흔히 고객에겐 그럴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권리가 고객이라는 이유로 내 감정을 앞세워 감정노동근로자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권리는 아닐 것이다.


고객에게 권리가 있듯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일하는 것이 노동자의 권리가 아닐까. 우리는 어떤 이유로도 이 권리를 훼손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처럼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근로자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말 한마디가 가져오는 격려와 배려를 통해 모두가 더불어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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