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강사법 시행 앞두고 첫 '강사 공채'…1천300여자리 모집

입력 2019년06월01일 08시50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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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면접으로 심층평가…논문실적 등 전임교원급 조건에 강사들 우려

[여성종합뉴스]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의 8월 시행을 앞두고 고려대학교가 주요 사립대학 중 처음으로 '강사 공채'를 시작했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는 지난달 30일 강사 임용을 위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올해 2학기와 내년 1학기 서울·세종 캠퍼스에서 강의할 강사 1차 모집에 나섰다.


이번에 모집하는 강의 자리는 서울캠퍼스 957개, 세종캠퍼스 361개 등 총 1천318개다. 학기별로는 올해 2학기 632개, 내년 1학기 자리가 686개다. 지원자는 한 단과대의 여러 강의 자리에 복수 지원할 수 있다.


고대가 이처럼 강사를 학교 차원에서 공개 채용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강사 공개임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 강사법에 따른 것이다.

 

이번 공개 모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임교원 수준의 심사 과정이다.


고려대는 공고문에서 1차로 기초평가, 2차로 전공평가 및 심층평가를 하겠다고 안내했다.


1차 기초평가에서는 학력, 경력, 강의계획안을 본다. 지원자는 임용지원서·논문 등과 함께 A4 2장 안팎의 '교육철학 기술서'를 제출해야 한다.


2차 전공 및 심층평가에서는 대학원 전공, 최근 3년간 연구 주제와 논문실적 등을 평가한다. 2차 평가 때는 화상 또는 대면 면접도 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강사 커뮤니티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강사는 "전임교원 채용과 같은 난도 평가"라면서 "교수학습법에 대한 철학을 리포트로 제출해야 한다니, 강사도 결국 자기소개서를 근사하게 써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 커뮤니티에는 "강의를 업으로 삼는 강사들에게 논문실적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느냐", "2차 평가는 정성평가 및 면접인데 자기 학교 대학원 출신을 뽑으려는 것 아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공고에서는 또 전체 1천318개 자리 중 6.75%인 89개를 '학문 후속세대 우대'로 명시했다.


강사를 새로 임용하는 101개 학과(학부) 중 철학과·사회학과·일어일문학과·통계학과 등 서울캠퍼스의 8곳에서만 학문 후속세대를 우대한다고 공고했다.


이는 교육부가 대학에 배포한 운용 매뉴얼 시안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시안에는 "기준을 따로 설정해 박사학위 신규취득자 등에 대한 임용할당제를 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은 "전체 모집 대비 비율이 너무 낮을뿐더러, 철학과 등 일부 학과만 우대 조건을 명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학교 측에서 각 단과대에 학문 후속세대 우대를 적극적으로 권장해 전공별로 신진 학자들이 고르게 분포돼야 한다"면서 "이번 1차 모집에 강사 공고를 내지 않은 학과들은 2차 모집 때 공고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대를 시작으로 다른 사립대들도 이달 중 속속 강사 임용을 공고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주요 사립대 관계자는 "강사법이 시행되면 유명 강사나 새로운 분야의 희귀한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할 것"이라면서 "고려대가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직 교육부에서 강사법 시행령과 매뉴얼 최종안을 발표하지도 않은 상황에 공고부터 내는 것은 부적절한 점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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