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국회의원
[여성종합뉴스/최화운기자]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비례대표)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가 국가식량위기대응과 해외농업자원 확보를 명분으로 지난 2009년부터 50곳(중복 제외)의 해외농업자원개발기업에 총 2,137억원을 저리(연리 1.5~2%,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로 융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최대 38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으나, 현재 이들 중 25개 기업(중복 제외)이 폐업하거나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특히, 굴지의 대기업들조차 줄줄이 실패한 사례가 눈에 띈다. 셀트리온은 2010년부터 러시아에서 밀과 콩 재배를 이유로 68억원을 지원받았으나 단 한 차례 반입도 없이 2020년 사업을 접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20억원을 지원받아 2017년 러시아에서 콩과 옥수수 등 156톤을 반입한 후 실적 없이 사업을 종료했다.
한진중공업은 2012년 26.9억원을 받고 필리핀에서 옥수수 재배를 추진했으나 곡물 반입 실적 없이 폐업했고, CJ제일제당은 2012년 75.9억원을 받아 호주 진출을 선언했지만 한 번도 자원 반입 없이 철수했다. 한진해운은 미국에서 2011년 옥수수와 콩 재배를 명목으로 95억원을 받았으나 자원 확보량 및 반입량이 '0'으로 폐업했다.
현재 활동 중이라고 보고된 나머지 25개 기업의 실적도 저조하다. 이들 기업 중 2024년 기준 국내에 자원 반입 실적이 있는 기업은 8곳에 불과하며, 반입량도 총 24,696톤으로 극히 저조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해외농업개발사업의 성과는 참담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해외농업투자를 신고하고 해외에 진출한 기업은 융자지원을 받지 않은 곳을 포함해 총 225곳인데, 이중 현재 활동 중인 기업은 57개에 불과하다.
지난해(2024년) 기준 국내 곡물 수입량 1,700만톤 중 57개 기업을 통해 반입된 양은 37만톤으로, 전체의 1.7% 수준에 머물렀다. 그마저도 35만톤, 즉 95%가량은 미국에서 옥수수 재배에 성공한 팬오션 한 곳의 실적이었다.
게다가 해외 진출 21개국 가운데 농업 협력체계를 맺은 국가는 러시아, 호주,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5곳에 불과해, 해외 진출 국가와의 협력체계도 갖추지 않아 국가식량위기 대응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가 식량위기가 확대됐을 당시, 해외농업개발기업을 통한 국내 반입량은 2021년 63만톤에서 2022년 25만톤, 2023년 9.8만톤으로 오히려 급감했다. 이는 식량위기 상황에서 국내 식량 반입이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1,700만톤을 수입하는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이며, 곡물 자급률이 21%에 불과해 자급률 확대와 안정적 곡물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미애 의원은 “해외농업자원개발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식량위기 대응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원 구조와 관리감독 전반을 재검토하고, 국가 차원의 ODA(공적개발원조) 연계와 해외 농업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근본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