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 회사와 첫 단체협약 맺었다

입력 2013년10월02일 21시22분 홍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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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을 잘 못한 게 아니라 ‘당돌해서’ 잘랐다고 하니까 어이가 없었죠.”

[여성종합뉴스/홍성찬기자] 노무법인 ‘삶’의 최승현 노무사는 “이전까지 아르바이트는 부당한 일을 당해도 회사를 관두는 걸로 화풀이하곤 했던 인식을  이번 협약을 계기로 노사 모두 일자리를 유지한 채 회사를 바꿔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아르바이트 대학생 이가현(21·여)씨는 지난달 7일 스마트폰 메신저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의 액세서리 판매점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온 이씨는 7월부터 회사 쪽에 ‘휴식 시간과 각종 수당을 보장하라’고 요구해 왔다. 4월부터 시급 6000원을 받으며 저녁 5~6시부터 밤 10~11시까지 하루 5~6시간을 일하면서 밥 먹을 시간은커녕 10분도 쉴 틈이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좀 쉬다가 나왔는데, 매니저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데 무슨 10분이나 걸리냐. 거저로 1000원 벌어가려는 거냐’고 혼을 내니까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또 알바 시작 시간보다 10분 일찍 오라고 하면서, 그 일찍 오는 10분의 시급은 안 쳐주잖아요.”

이씨는 7월 ‘근로기준법’이란 걸 알게 됐다. 학교 친구 소개로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에 가입하고 나서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권리 증진을 도모하는 ‘알바노조’는 지난 1월 비영리단체로 출범해 8월 공식 노조로 인정받았다.

이씨는 회사 쪽에 근로계약서 작성, 휴게시간·주휴수당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씨는 “집안 형편상 고등학생 때부터 카페·호텔 서빙, 옷가게 알바 등을 해왔는데, 전에는 몰랐다. 많은 걸 요구한 것도 아니고, 법대로만 지켜달라고 했는데도 태도가 차갑게 달라지고 창고·유리창 청소를 체벌성으로 시켰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노조가 본사인 ㈜레드아이에 이씨의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공문을 보내자, 다음날 본사 사장이 노조에 전화해 “아르바이트생이 너무나 당돌하게 이것저것 요구하니까 자르라고 시켰다”고 말했다고, 노조 쪽은 전했다.

지난해 매출 400억원을 올린 중소기업인 레드아이는 직영점 20여곳 등 전국에 매장 60여개를 갖추고 아르바이트생 1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회사 쪽은 결국 ‘노동법에 대해 잘 몰랐다’고 잘못을 시인하고 이씨의 해고를 철회했다. 노사는 2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에서 오전 11시30분부터 45분가량 단체교섭을 벌이고 협약을 맺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회사와 단체교섭을 하고 협약을 맺은 건 처음이다.

협약에는 부당해고 철회, 노동법 준수, 모든 매장에 휴식용 의자 설치 등 합의안이 담겼다. 이에 따라 이씨 외의 모든 아르바이트생들도 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 교섭에 참여한 이씨는 “아르바이트는 싼 맛에, 어린 맛에 마음대로 부려먹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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