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경기 한파에 얼어붙은 서민금융' 불법 사채 ‘풍선효과’ 차단을...

입력 2023년01월02일 18시50분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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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종합뉴스/박근종 칼럼]지난해 12월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대부업자 대출잔액은 15조8,764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2021년 말 14조5,000억 원에서 8.4%인 1조2,335억 원 증가한 수치다. 대출잔액은 2021년 말보다 8.4%나 늘었는데, 담보가 없는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은 축소되고 담보물 위주의 대출이 주로 이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담보대출이 늘고 신용대출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담보가 없는 저신용자에게 나가는 대출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대출유형에 따라 나눠보면 신용대출은 줄어들고 담보대출은 늘어나면서 그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6월 기준 신용대출은 7조3,276억 원으로 2021년 12월 말보다 4.2%인 2,978억 원 증가에 그쳤는데 반해 담보대출은 8조5,488억 원으로 2021년 12월 말보다 12.3%인 9,357억 원이나 대폭 증가했다.

 

대출잔액 중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2월 기준 신용대출 50.7%, 담보대출 49.3%에서 2021년 12월은 신용대출 48.1%, 담보대출 51.9%로 지난해 6월에는 신용대출 46.2%, 담보대출 53.8%를 차지하며 담보대출 비중이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부 이용자 수는 106만4,000명으로 2021년 말보다 5.0%인 5만6,000명이나 감소했다. 담보대출 비중이 증가하면서 대부 이용자 1인당 대출잔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492만 원으로 이미 2021년 말 기준을 넘어섰다.

 

2020년 12월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1,047만 원이었으며, 2021년 12월 기준 1,308만 원이었다. 1인당 평균 신용 대출잔액도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상반기 기준 866만 원으로 파악됐다.

 

평균 대출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0.7%포인트 하락한 연 14.0%로 집계됐다.

 

2021년 7월 7일을 기점으로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0%에서 20.0%로 인하된 영향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형 대부업자의 연체율(원리금 연체 30일 이상)은 6.0%로 2021년 하반기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대부업체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이들이 지난해보다 약 10만 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 안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대부업계마저 조달 비용 상승 등의 이유로 대출 문턱을 더욱더 높이면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저신용 취약 차주에 대한 제도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4,986건이었는데 2021년에 9,238건으로 2022년에는 8월까지만도 6,785건이나 접수됐다.

 

더 큰 문제는 서민과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만들어진 대출금 창구가 줄줄이 막히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들이 지난 연말까지 저소득·저신용자 대상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신청을 받지 않고 있고,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대출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기카드대출(카드론) 한도는 하향 조정되고 심사 또한 강화되는 추세다. 경기 한파에 얼어붙은 서민금융에 생활고를 겪는 금융 취약계층의 돈줄이 급속도로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서민금융진흥원은 근로자 햇살론 대출금리 상한을 연 10.5%에서 연 11.5%로 1%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바뀐 최고 금리는 저축은행 등 금융사의 관련 시스템이 변경되는 대로 올 1월 초부터 적용된다. 근로자 햇살론 상한 금리가 오르는 건 2010년 상품 출시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최고금리가 낮아진 적은 있었지만 인상된 적은 그동안 없었다.

 

경기 둔화가 가속화된 가운데 자금시장 경색 여파 등으로 서민들의 ‘돈줄’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햇살론’을 다루는 저축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대출 축소의 이유로 들고 있는 데다 8%대까지 오른 조달금리 부담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대부업체들까지 고삐를 바짝 조이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시장금리와 법정 최고금리 20%의 격차가 줄어드는 이중고에 설상가상 급전조차 구할 수 없게 된 서민들은 피가 마를 지경인 셈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가 밀려오면서 개인파산 신청이 줄을 잇는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2월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업을 하고 있는 가구주 근로자는 지난해 1∼3분기 평균 36만8,000명으로 2017년의 26만1,000명 대비 10만7,000명이나 늘어났다.

 

종신보험이나 주택 청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돈줄이 막히자 보험을 깨서 생활비에 보태려는 수요도 늘어 지난해 보험사 해지 환급금만도 사상 처음 3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마저 대출을 줄줄이 중단하면서 갈 곳이 없는 금융 취약계층들은 어쩔 수 없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진 뒤 취약계층 최대 11만 명이 제도권 대출 시장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추산된다.

 

온라인 대부 중개 사이트에는 몇십만 원이라도 급전을 구하려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당장 10만 원이 없어서 애가 타는 사람들을 상대로 연 이자율이 3,000%를 넘는 악성 소액 단기 대출까지 기승을 부리는 게 현실이다.

 

급전은 대부분 ‘30-50’, ‘50-80’등의 형식으로 이른바 ‘주변 대출’로 진행된다. 예컨대 30만 원을 빌리고 일주일 뒤에 50만 원을 갚는 방식이다.

 

일주일 안에 갚지 못하면 연장 비용이 10만 원, 20만 원 등으로 추가 발생한다.

 

순식간에 갚아야 하는 금액은 원금의 2배 이상으로 급격히 불어난다.

 

‘30-50’ 방식은 겉으론 금액이 적어서 부담이 커 보이지 않지만 연 금리로 따지면 3,400%가 넘는 고리다.

 

법정 최고금리 20%의 무려 170배다.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지난해 불법 사채 피해자들은 평균 72일 동안 1,302만 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연 환산 평균 이자율은 229%에 달한다.

 

물론 사채업자라고 해도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한 이자를 받는 것은 법 위반으로 당연 무효이므로 과도한 추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에 신고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채무자 대리인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철저한 단속과 처벌을 통해 취약계층이 빚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대출 상품의 문턱을 더 낮추고 지원 규모와 범위는 더 넓히는 실행력 있고 실효성 있는 구제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단속과 지원을 동시에 병행하지 않고는 불법 사채 근절은 요원하다.

 

급전을 구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경기 불황으로 단기적 영업난에 직면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이들이 버틸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지금은 ‘햇살론’의 금리를 높여서라도 대출 한도를 늘리는 등 정책금융상품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진흥원 등과 함께 내년 100만 원 한도의 ‘긴급 생계비 대출’을 도입하는 방안도 서둘러 속도를 내야 한다.

 

법정 최고금리를 기준금리 변동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서민금융 위축이 ‘불법사채 풍선효과’로 이어지는 최악의 부작용만큼은 어떠한 경우라도 원천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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