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청 산하 교육문화회관“저소득층 학생들 어디로 가나”

입력 2012년09월27일 11시30분 민일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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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임대한 아동센터 퇴거요구

무상임대한 아동센터 퇴거요구
“저소득층 학생들 어디로 가나”
저소득층 아이들의 방과후 교육을 맡고 있는 국공립 지역아동센터의 한곳인 인천 월디아동센터가 길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이 아동센터가 입주해 있는 시교육청 산하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하 교육문화회관)이 영재들을 위한 교육시설을 만든다며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인천 중구청이 설립해 대한성공회유지재단에 위탁운영하는 월디아동센터는 2009년 중구 인현동 교육문화회관 1층 일부를 무상임대해 문을 열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권자 또는 차상위 계층 가구의 초·중학생 50여명이 방과후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 설립 당시 시설비 등 72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고, 해마다 정부와 구청이 1억2000여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민간 지역아동센터들의 부러움을 사온 월디아동센터가 위기를 맞은 것은 지난달 17일 교육문화회관 쪽에서 무상임대 연장을 거부하면서부터다. 교육문화회관은 계약 만료 시점인 10월31일까지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이 공간은 음악 등 예술 분야 영재들의 교육시설로 사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상임대가 종료되면 돌봄 서비스의 전반적인 질 저하가 우려된다. 월디아동센터는 민간 지역아동센터와 비교할 때 약 2배의 예산 규모지만, 대부분 전문 조리사와 전문 지도교사 고용 등 인건비에 투입된다. 노형숙 월디아동센터장은 “외부에 입주해 부동산 임대료가 발생할 경우 아이들 먹거리와 교육의 질이 연차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 센터장은 또 “일반 시설과 함께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 아이들만 이용하는 다른 지역아동센터보다 아이들이 편하게 이용해왔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이곳을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문화회관의 설립 취지를 보더라도 월디아동센터를 쫓아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회관은 1999년 학생 5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건을 계기로 저소득층 학생들의 방과후 활동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건립됐다. 당시 방과후에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가 화를 당했다. 나근형 인천시교육감도 지난 4월 교육문화회관을 방문해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문화복지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교육문화회관 관계자는 “과거부터 외부 기관에 무상임대를 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지적이 있었는데도 무상임대 기간을 계속해서 늘려줬던 것”이라며 “아동센터가 더 좋은 곳으로 가서 정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디아동센터는 새로운 장소를 마련하기 위한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교육문화회관의 관리·감독 기관인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문화회관에서 결정한 일이므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성태숙 아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소외계층 아동을 돌보는 시설의 무상임대 기간을 늘려줘도 모자랄 판에 나가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동복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정경희 인천 중구의회 의원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시설을 내보내고 영재교육 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을 보면 공정사회는 요원한 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인천 월디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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