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외면이 아닌, 청소를 택했다

입력 2017년04월26일 08시02분 이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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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1동 김씨 집 치운 후
[여성종합뉴스/이경문기자 “어후 이게 다 무슨 냄새야” 신월1동 한 빌라 계단을 오르는 길, 저절로 코를 감싸쥐게 되는 악취가 진동했다. 청소도구를 손에 들고 빌라에 들어선 동주민센터 방문복지팀은 경악으로 굳어진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현관 입구부터 부패한 음식물 쓰레기와 옷, 쓰레기와 신발 등이 거실, 주방 등에 엉켜있어 발 디딜 틈조차 없었고 파리가 사방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광경이란 차마 이 곳에서 사람이 살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지난 4월 7일, 양천경찰서로부터 양천구청 당직실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 게 시작이었다. 30대 초반의 여성 김○○씨가 자신을 구속해 달라며 경찰서에 신고를 한 것. 사연을 들어보니 자신의 집이 쓰레기더미가 되고 있어 떠나고 싶으니 자신을 구속 해달라는 것이었다. 구청은 즉시 김씨 주소지 관할 동주민센터에 연락을 취했고, 동 방문복지팀이 상황 파악을 위해 나섰다.


30대 초반의 김씨는 새터민이며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느 정도 제도권 안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 겪었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기고 3년전부터는 부모와도 연락이 단절된 채 알코올에 의지하며 혼자 힘겹게 살아오고 있었다. 종종 동주민센터 직원이나 통장들이 지원을 위해 방문했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전화도 잘 받지 않았다. 상태 확인이 되지 않아 두달간 생계비가 끊기는 일도 있었다.


이따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홀로 지내오던 김씨는 삶의 의욕을 잃고 집안을 방치하기에 이르렀다. 집 안은 순식간에 쓰레기 더미로 변했고 그 안에서 김씨는 오도가도 못한 채 구조의 손길만을 기다리게 되었던 것이다.


상황에 이에 이르자, 신월1동 방문복지팀은 더 이상 김씨를 현재의 상태에 둘 수 없다고 판단,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4월 18일 대대적인 청소를 감행했다.


양천구지역자활센터에 무료 이불빨래 서비스를 의뢰했고, 자활센터 청소 봉사단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 새마을부텨회원, 신월1동 우리동네 주무관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숨조차 쉬기 어려운 악취속에서 구슬땀 흘리기를 몇시간, 김씨의 집은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갔다. 집 전체를 소독하고 동맞춤형통합지원서비스를 통해 지원 받은 수납가구에 옷과 물건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어느새 깨끗해진 집안을 바라보며 김씨는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는 정말 잘 살아보고 싶어요”라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동주민센터는 김씨가 계속적으로 삶의 의지를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주1회 요양보호사가 정기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생활관리서비스를 연계했고, 심리상담 전문가의 지속적인 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월1동 오수곤 동장은 “만약 사회가 김씨를 외면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사회가 각박해졌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만 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관심이라도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될 수 있으니 이따금은 주의도 둘러보며 이웃과 함께 걷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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