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폐지아줌마 손 내밀다

입력 2017년08월14일 10시01분 이경문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폐지아줌마
[여성종합뉴스/이경문기자] 수년째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던 주민의 집을 이웃들이 발 벗고 돌보기로 해 화제다.

 
신당동 청구로8길에서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한 모 씨(53세, 여).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뇌전증 장애진단을 받아 생계비, 주거비 등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마저 질병과 장애가 있어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한 씨는 약 10년 전부터 생계수단으로 폐지와 고물을 주워 팔았다. 그런데 인근 고물상에서 원하는 만큼 값을 쳐주지 않자 먼 곳에 있는 고물상을 이용했고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되니 집 안팎에다 이를 모아두었다. 저장강박증의 시작이었다.

 
몇 년간 가득 쌓인 폐지, 플라스틱, 비닐 등으로 골목 귀퉁이에 있는 한 씨의 집은 쓰레기장으로 변해갔다. 현관문을 제대로 열 수도 없을 만큼 고물들이 넘치니 인근 도로까지 침범했다. 위생, 안전, 미관 등 이웃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한 씨는 주변에서 ‘폐지아줌마’ 로 불렸다.

 
한 이웃주민은 “지저분한 것도 견딜 수 없지만 무엇보다 불이라도 붙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항상 불안했다” 면서 “치우자고 설득이라도 할라 치면 ‘남의 먹고 사는 걸 왜 간섭하냐’ 는 식이니 도리가 없었다” 고 덧붙였다.

 
중구도 두고만 보던 게 아니다. 청소행정과나 환경순찰을 통해 대대적인 정비를 시도했지만 한 씨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결국 도로로 넘어온 고물들을 치우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보다 못한 신당동 주민들이 나섰다. 최근 골목이웃과 신당동주민센터 직원을 비롯하여 사연을 접한 신당동 주민 등 20여명이 한 씨의 집 앞에 모였다.

 
이 날 작정한 주민들은 한 씨를 설득하기 위해 외삼촌과 여동생까지 연락을 취했다. 결국 오랜 실랑이와 설득 끝에 한 씨 집에 대한 청소가 이루어졌다.

 
집 주변을 둘러싼 폐지와 고물들을 치우는데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집 내부는 한 씨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 청소할 수 있었다. 이렇게 치운 쓰레기가 무려 3톤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바로 폐기하지 않았다. 어쨌든 수년간 모은 한 씨의 수고를 외면할 수 없어 한 씨 외삼촌과 의논해 고물상에 팔았다. 적은 돈이나마 보상받길 바라는 주민들의 배려였다.


이와 같이 주민들의 전폭적 협력을 얻은 데에는 중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골목문화 창조사업’ 도 큰 몫을 했다. 이 사업은 쓰레기, 불법주차, 안전 등 골목마다 안고 있는 고민거리를 행정력에 의존하지 않고 주민 주도로 인식하여 해결하자는 것으로 시민의식 개혁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현재 중구 15개동에서 102개 구역에 걸쳐 펼쳐지고 있는데 구는 한 씨의 집이 있는 골목에서도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한 씨의 어려움부터 해결하자는데 의견이 모였고 실행으로 옮겨졌다.

 
청소작업에 참여한 성영숙 적십자 신당봉사회 회장은 “설득하느라 애는 먹었지만 깨끗하게 치우고 나니 너무 뿌듯하다” 면서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자주 들여다볼 생각” 이라고 말했다.

 
중구는 우선 한 씨를 중구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결해 상담 및 치료를 받게 하면서 방문간호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체크할 계획이다. 아울러 좀 더 쾌적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배장판 교체 등 주거환경 개선 지원을 병행하고 구 복지사업인 ‘드림하티’ 를 통해 다양한 민간 후원을 연계한다.

 
또한 골목협의체를 조직하도록 해 이웃과 정기적으로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골목 컨설팅을 시행하여 불편사항을 찾아 해소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내 집 앞 쓰레기도 안치우려는 세태에서 신당동 주민들의 이번 선행은 골목이웃간 정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면서 “앞으로 전개될 골목문화 창조사업을 통해 살맛나는 동네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연예가 화제

동영상뉴스

포토뉴스

독자기고

백수현
조용형
편집국